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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영화 리뷰

by alwayshappy 2025. 8. 5.

블랙 팬서

왕이 되기 위한 무게

마블의 블랙 팬서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를 넘어, 정체성과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아프리카의 전통과 현대 기술이 공존하는 와칸다라는 국가를 배경으로, 영화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온 한 나라가 마주하는 책임, 그리고 한 인물이 ‘왕’이라는 자리에 오르며 겪는 내면의 성장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티찰라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왕위를 계승하게 되지만, 그의 앞에는 단순한 권력 이상의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전통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세계와 함께 나아갈 것인가. 이 두 축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지금 이 시대에 진정한 리더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액션보다 묵직한 메시지로 관객의 가슴에 남는 작품입니다.

 

두 후계자의 충돌

티찰라는 와칸다의 왕이자 전통의 수호자로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라를 이끌게 됩니다. 와칸다는 겉으로는 가난한 국가처럼 보이지만, 비브라늄이라는 자원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철저한 비밀로 유지되어 왔고, 외부와의 교류는 오랜 세월 동안 배제되어 왔습니다. 티찰라는 그런 와칸다의 정체성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에릭 킬몽거입니다. 그는 와칸다 왕족의 피를 이었지만, 미국의 빈민가에서 버려진 채 성장했고, 세상의 불평등과 폭력을 온몸으로 겪으며 자라난 인물입니다. 킬몽거는 와칸다가 그처럼 억압받는 흑인 사회를 돕지 않고 숨어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와칸다의 기술력을 세계 해방 운동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그의 방식은 극단적이지만, 그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악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무게를 가집니다. 티찰라는 킬몽거에게 일시적으로 왕좌를 빼앗기고, 자신의 이상이 너무 이상적이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는 그동안 와칸다의 전통과 폐쇄성을 따르며, 조심스럽게 나라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킬몽거의 등장은 그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현상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아프리카 전체, 더 나아가 세계의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인가. 티찰라는 결국 물리적인 싸움이 아닌, 가치의 충돌 속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선과 악의 단순한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상처와 신념을 가진 두 인물의 충돌로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입니다. 킬몽거는 분명 폭력적입니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현실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티찰라 역시 완벽한 이상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는 실수를 깨닫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바꾸어 나갑니다. 두 인물은 모두 왕이 될 자격이 있지만, 리더로서의 선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러한 대조는 영화의 중심에 깊이를 더하며, 관객이 단지 한 편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 있는 현실을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진짜 왕이 된다는 것

‘블랙 팬서’의 결말은 단지 티찰라의 승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킬몽거는 패배하지만, 그의 죽음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장면 중 하나로 남습니다. 그는 감옥에 갇히기보다는 자유로운 죽음을 택하며, “조상들이 노예가 되기보단 바다에 몸을 던졌듯,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남깁니다. 티찰라는 그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남긴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나라의 방향을 바꿉니다. 그 결정은 티찰라가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는 와칸다의 비밀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합니다. 유엔에서의 연설을 통해 와칸다가 세계를 돕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더 이상 외면자가 아닌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지기로 합니다. 이는 과거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단절을 택했던 와칸다는 이제 연결을 선택했고, 그 중심에 티찰라가 서 있습니다. 티찰라의 변화는 단지 개인적인 성장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리더가 되었고,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현한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현실 사회가 고민하는 문제와도 깊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로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블랙 팬서’는 단지 MCU의 한 챕터가 아니라, 독립적인 이야기로서도 충분한 힘을 가집니다. 그 안에는 정의, 전통, 분노,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이 있습니다. 티찰라가 선택한 길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책임감 있는 리더의 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메시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합니다. ‘왕이 된다는 것’은 결국,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영화가 우리에게 단순한 영웅의 모습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티찰라는 완벽하지 않았고, 그의 여정 역시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실패와 혼란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싸웠습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진짜 ‘왕’이 될 수 있었고, 와칸다는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 각자에게도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어도,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태도는 모두가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