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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영화 리뷰

by alwayshappy 2025. 8. 6.

이터널스

인간성과 영원의 사이에서 태어난 선택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에 있어 가장 실험적인 시도이자,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지켜보며 개입하지 않았던 이터널스라는 존재들의 정체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의 정의를 넘어서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들은 단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이자 감정과 윤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들입니다. 이 영화는 규모 있는 세계관 확장뿐 아니라, 인간성과 영원의 충돌, 그리고 선택의 의미를 묻는 마블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시도였습니다.

 

신적인 존재가 인간을 사랑하게 될 때

영화는 고대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터널스가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데비언츠라는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에 파견되었지만, 그 외의 문제에는 철저히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칙 아래 존재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히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정의’라는 근본적인 윤리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터널스의 각 구성원들은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이 인류와 맺어온 관계입니다. 세르시는 인간 세계에 녹아들어 살아가며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카리스는 임무를 중시하며 감정과 거리 두기를 선택합니다. 킹고는 인간 사회 속에서 자신을 즐겁게 소비하고, 드루이는 인간 간의 폭력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만 룰에 의해 억제됩니다. 이 각각의 인물들은 신의 능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고민과 결정을 내리는 이중적인 존재들로 그려집니다.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전지전능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셀레스티얼이라는 더 큰 존재의 계획 하에 만들어졌으며,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감정과 관계를 조절해 온 존재입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보내온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그들은 인간으로부터 감정을 배우고, 결국 스스로 사고하게 됩니다. ‘임무’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은, 슈퍼히어로를 넘어서 철학적 존재로까지 느껴지게 만듭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의 갈등은 단순한 전투가 아닌 가치관의 충돌입니다. 이카리스는 셀레스티얼의 계획에 따라 인류의 멸망을 수용하려 하지만, 세르시와 나머지 이터널스는 인간과 함께한 시간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지키려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선택의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질서 속에서 개인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터널스가 선택하는 길은 그 자체로 윤리적이며, 마블 영화 중 가장 조용하지만 묵직한 충격을 남깁니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영화는 기존 마블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미장센을 보여줍니다.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풍경, 우주의 구조를 형상화한 장면들, 그리고 인물 중심의 카메라 워크는 감독 클로이 자오의 색채가 강하게 반영된 부분입니다. 조용하고 감정적인 시퀀스 속에서 철학적 질문이 오히려 더 뚜렷이 드러나며, 관객에게는 관조하듯 영화를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터널스가 남긴 질문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영화들이 강조하던 영웅적 서사보다는, 존재론적 질문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에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활극이나 오락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분명 마블이라는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영웅은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이지만, 이터널스는 힘을 가졌음에도 개입하지 않음을 선택하고, 그것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낳았다는 사실을 통해 진정한 책임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이터널스 각자의 선택은 곧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특히 세르시가 내린 결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녀는 끝까지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자 했습니다. 이카리스의 충돌과 그 끝은 비극적이면서도 그 자체로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이터널스 내부의 균열은 곧 각자의 세계관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로 보입니다. 이들은 영원한 존재일 수는 있지만, 완벽한 존재는 아니며, 오히려 인간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영화 전체의 감정 밀도를 높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중심에 있고, 이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마블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형식적 포용이 아닌, 내러티브 안에 유기적으로 통합된 구성으로 기능하며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결과적으로 ‘이터널스’는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를 넘어, 우주적 존재의 시선으로 인간이라는 종을 관찰하고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되묻습니다. 우리 역시 수많은 조건 속에서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이 반드시 정답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한 것이고 스스로 믿을 수 있는 결정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마블 세계관 속에서 이토록 철학적인 여운을 남기는 영화는 드물며, ‘이터널스’는 그 한계를 확장시킨 시도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